2010. 3. 31. 16:05ㆍ친구
◐ 용정-금학-보개-고대 ◑
-박상진과 상의 없이 중복된 사진은 정리했고, 산행기는 원본 그대로 옮김-
2010. 3. 28. 일.
참가: 한병운, 김건, 박상진(3명)
집결: 0700 수유역 4번출구, 김건 0620 이촌역
0550 집 출발
0710 수유역에서 와수리행 시외버스
0822 운천(영북면사무소 앞)도착
0845 상로리 도착
0850 잣나무 두 그루 사이로 입산
1018 용정산(헬기장)
1109 꽈배기
1248 금학산(중식 후 출발 p157)
252 대소라치
338 보개산
441 헬기장
502 고대봉
637 목교
652 매표소
707 신탄리역
720 39-2번 버스(동두천 행)
749 연천에서 하차
800 성남행 3300번 시외버스
940 노원역(저녁 식사)
1140 집
1. 용정산
2002년에 고대산을 다녀오던 시절만 하더라도 군부대로 인하여 금학산까지 연결할 수가 없었는데 세월이 변하여 요즘은 자유롭게 산행하는 모양이다. 병운이의 제의로 일대의 산을 이어보기로 한다. 건이가 다소 걱정이기는 하지만 약간의 시간만 더 주면 다 소화해내리라고 믿는다. 수유역에서 와수리행 시외버스(무정차)를 타고 운천까지 가고 그곳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들어간다.
미리 지리를 파악한 병운이 덕택에 아주 빠른 시간에 들머리에 도착한다. 9시가 채 안된 시간.
잣나무 두 그루 사이로 오른다. 선글라스와 두 개의 스틱.
신교대에서 울리는 군가와 함성에 아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건이 아들도 5월에 입대한다는데....
공기가 맑으니 가슴이 시원하다. 바람이 없고 햇살이 따사로워 봄셔츠에 겨울조끼 차림이 제격이다.
한동안 가파른 등로에 숨을 헐떡이다가 낙엽위에 쌓인 눈을 밟는 소리에 더없이 즐거워하고 바위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에 한숨을 쉬기도 하면서 끝없이 나아간다. 낙엽더미 속의 얼음에 미끄러지기도 하고, 주변에 펼쳐지는 산의 파노라마에 넋을 잃기도 한다.
맑은 날씨로 진행방향을 분명히 내다보면서 가므로 알바를 할 가능성은 없다. 흐린 날이라면 길이 희미한 곳에서는 많이 헤맬 듯.
묘한 모양의 바위가 나타난다. 탱크바위인가? 강아지 머리를 옆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모자 같기도 하고, 전방이어서 탱크바위가 되었을 것이라는 병운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용정산은 능선상의 그냥 한 지점.
헬기장이 있을 뿐, 봉우리하고 할 것도 없다. 마치 용문산의 장군봉같은 모양새이다.
용정산 정상에서..
금학산 가는길에..
금학산 막바지 오름길.
2. 금학산
우리는 간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없고... 좌우에 펼쳐지는 산도 그저 간다. 적당한 지점에서 숨을 고르면서 쉬어도 가면서... 저 멀리 금학산을 바라보면서 그냥 간다. 맑은 날 저리 멀리 보이면 정말 먼 것인데.... 건이는 무슨 생각을 하려나?
탱크저지선 같은 바위도 지나고 멋진 소나무도 지나고.
병운이는 지도를 보면서 ××봉이라던가 설명을 하지만 나로서는 모자챙을 적실 정도로 흐르는 땀에 정신이 없다. 어느 곳에서는 저 아래 담터계곡과 팬션도 바라보고 어느 바위봉우리를 지나면서는 애매한 내림길에 다른 길을 찾다가 속절없이 돌아오기도 하고...
그래도 간다. 가다 돌아서보니 왼쪽에 보이던 산 봉우리의 뒷통수를 보게 된다. 어느새 많은 길을 걸어들어 온 것이다. 병운이는 봉우리 이름을 설명하지만 나는 좀 어벙하기만 하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지 않고 옆으로 비껴가는 것에 위안을 삼고 눈 덮인 길을 간다. 병운이는 점점 거리를 두고 앞서가고 건이는 힘들어 하고...
가파른 오르막에 두어 번 숨을 고르면서 친다. 줄 있는 구간을 올라서니 오른편으로는 철조망이 쳐져 있다. 왼편으로 돌아서 오르니 군시설이 막아선다. 시설물 아래로 가로지른다. 가파른 길을 옆으로 치자니 숨이 차는 것은 물론이고 겁도 난다. 증이 솟는 것을 애써 참고 있는데 이를 터뜨리는 놈이 나온다. 웬 쓰레기가 이리 많은 거냐? 등등... 20-30분 정도 기다시피 진행하여 안전지대에 나오니 곧 금학산 정상이다. 저 아래 펼쳐진 철원평야, 그 너머 명성산, 그 뒤로 보이는 것은 한북정맥일텐데 수피령에서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특이하게 하얗게 둘러선 곳은 뭘까? 돌아서면 보개산과 고대산이 보인다. 저기는 또 언제나 가려나?
정상아래 헬기장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라면과 막걸리, 두부, 김치, 빵, 커피... 너무 많이 먹었나. 널어둔 장갑이 햇볕에 따뜻하다. 느긋한 기분으로 대소라치를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이 이어지는데 웬걸 진창이다. 질린다.
더러 마주 오는 산객과 인사를 하면서 등로의 사정과 시간 따위를 주고 받는다. 병운이는 어느새 멀리 사라졌고 건이는 한없이 느리다.
3. 보개산
나는 조금 늦더라도 계획대로 진행하리라고 마음먹었다. 오늘 진행해온 것으로 보아 고대산까지 이어 가는 것이 크게 무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마음은 바쁘지만 걸음은 약간 늦추어간다.
대소라치에서 건이는 탈출로를 생각하는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길이 아주 없지는 않으리라.
저 아래 병운이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 앞서서 간다. 건이 투덜대면서 따라붙는다. 이런 금학산에서 대소라치까지 1시간이나 걸렸는 걸... 조금은 힘을 내야 하는데...
오름길은 해가 비치지 않은 탓인지 눈밭이다. 느릿느릿 오른다. 건이를 앞세우고 간다. 병운이야 답답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느리게 간다. 마음 먹은대로 되는 세상은 없는 법이다. 아니다, 뭔가 하려고 마음먹으면 더 느긋하게 해야 한다. 서둘러서 한다고 잘 되는 일은 없으니까.... 애들 얘기도 하고, 소설책 얘기도 하면서 느리게 간다. 한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내려와 우리를 지나치더니 잠시후에는 다시 돌아온다. 왕복하느냐고 물으니 안경을 두고 와서 가지고 간단다.
오르고 올라 드디어 보개산에 올랐다. 건이가 숨을 몰아쉬려니 병운이가 갈 길이 멀다면서 보챈다.
잠시 후 아까 금학산에서 보았던 여자분이 올라온다. 바로 출발해 버린다. 건이는 여자가 바로 좇아와서 기분나쁜가보다.
금학산에서 대소라치로 가는길.
대소라치.
보개산 오름길.
보개산 지나 고대산 바로 전 헬기장에서...
4. 고대산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있지만 막상 걸어보니 고대산은 멀기만 하다.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간다. 바위 틈새에 눈이 미끄럽다. 조심하기는 하였지만 한번은 미끄러지고 말았는데 엉덩이 부분을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 부딪쳤다. 되게 아프다.
이번에는 건이가 미끄러졌다. 능선 아래로 튕겨 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덤불 같은 잡목 무더기에 겨드랑이가 걸렸다. 순간 정신이 아득했다. 이제는 아이젠을 차고 간다.
멋진 소나무도 보고, (철)원멍멍산악회 표지기도 보고, 둥치에서 또 다른 나무가 자란 것 같은 신기한 나무도 구경하고.
언덕을 하나 올라 헬기장에 이르러 건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힘든 모습을 드러낸다. 투덜투덜
문바위라던가 특이한 바위를 지나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이 드디어 끝이 나고 고대산 정상에 이르렀다. 어라 이번에는 고대봉이란다. 군생활하던 시절에도 고대산이었는데?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철원평야너머 북녘의 산야를 내려다본다. 저곳 어느 곳? 김일성이 철원평야를 빼앗기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던데... 1.백마고지 2.봉래호 3.철원평야 4.월정리역 5.태봉국 도성지 6.평강(평강역) 7.노동당사 8.동송저수지 9.학저수지 10.한탄강
안내도에 따라 경치를 살펴본다.
2002년에 올라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그 때는 군시설물이 있고, 군인들이 통제를 했었는데.
건이는 앓는 소리마저 낼 수 없는 지경이다. 미쳤다는 소리만 반복할 뿐이다.
병운이가 일몰을 염려해서 랜턴을 묻는다. 물론 준비야 되어 있지만 여기서 시간반이면 안전지대에 이르게 되고 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크게 염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하산로는 가장 평이한 길을 선택한다. 병운이야 제2등산로로 하산해야 제격이겠지만 경치는 다소 떨어지지만 안전제일인 길을 잡는다. 그 동안 올라오기만 한 길로 내려가는 게 내 속마음이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천하태평으로 느리게 간다.
시냇물을 만나서 아이젠을 씻고 손을 씻는다. 병운이는 아예 스틱을 씻어 접어버리고, 건이도 덩달아서 스틱을 씻는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닌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중에 한번 길이 헷갈려서 좀 고생을 하면서 스틱을 다시 쓰게 된다.
하산이 끝난 것으로 생각할 즈음이면 으레 나오는 것이 안오리고개다. 다시는 여기를 오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먹게 하는 것이 안오리고개인데 힘이 드는 날이면 더욱 안오리고개가 높은 법. 마음을 턱 놓고 있는 건이에게 안오리고개를 말하니 진저리를 친다. 그래도 오늘은 고개가 높지 않아서 다행이다.
등산로 입구 매표소에 이르니 10시간 정도 걸렸다.
냇가에서 더러워진 등산화와 바짓단을 씻고 신탄리역으로 간다. 15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캔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39-2번 동두천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연천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약간 추위를 느끼고 몸이 오그라든다. 1시간 40분여만에 노원역에 도착. 설렁탕과 소주로 속을 달랜다. 시간이 늦은 탓으로 소주2병으로 끝내고 귀가를 서두른다.
긴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제3등로로 하산.
내려선 공사중인 임도.
서쪽은 붉은 노을..
동쪽은 둥근 달.
'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M 가을 산행 - '북한산 둘레길' (0) | 2010.11.01 |
---|---|
청계산...(염천에 습도까지 높은 날에..) (0) | 2010.08.03 |
[DEM]땀내, 사랑내...건강하고 행복한 미래을 위하여!! - '남한산성' 일주 (0) | 2010.05.31 |
착한 길 따라서..남한산성 줄기 타기[검단산-망덕산-두리봉.....] (0) | 2010.05.03 |
착한 길 따라서..남한산성 줄기 타기[검단산-망덕산-두리봉.....] (0) | 2010.05.03 |